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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사실 생활하고 일을 하는 데에서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고 최근에는 특히 말하는 것보다 문서로 쓰고 의견을 나누는 미팅이 많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고 일할 때에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는 못했다
반년전 쯤에 직업상 한국어를 풀타임으로 배우고 있는 미국인 친구를 알아가게 되면서 입장바꿔서 생각해보게 될 때가 많았다. 이 친구야 한국어 공부하는 것을 1년 정도의 프로젝트로 일로 하고 있으니 계속 집중해서 해야만하고 하고 싶어한다치더라도 1년 안에 그래도 친구들을 사귀고 또 스스로 고쳐나가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많았다. 무엇보다 정확한 표현이나 단어들을 계속 배우고 궁금해려고 하는 태도도 그렇고 실수하더라도 계속 말해보려고 하는 꾸준함이 결국에는 그 차이를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어가 느는게 눈에 띄고 금새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비교가 답은 아니지만 6개월 간에 영어가 그렇게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나는 미국 처음 왔을때 6개월이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이미 넘나 오래전 일이다) 한때의 경험으로 라떼는 홀스라고 말하고 있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 아직도 원하는 표현이 술술 나오거나 긴 대화에서 모든 것을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발음이나 표현보다는 문장을 제대로 구사하려고 하면서 뭉개지거나 배워서 말하는 것 같은 어색한 표현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그리고 이직을 하면서 내가 팀안에서 유일한 한국인이고 아시아계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워싱턴 DC안에서 노숙의 경험이 있는 한부모 가정이고 흑인들이기 때문에 ‘배운’ 영어로는 한참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그간 부족했지만 채워넣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영어에 대해서 더 갈증과 필요를 느꼈다.
사실 올해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침에 하고 있는 모닝루틴에 이 영어공부를 넣은지는 좀 되었다. 그래서 유튜브로 영어의 세밀한 표현들, 신문 기사 등을 읽으면서 어떤 표현들이 자주 쓰이는지 적고있다. 표현도 일단은 구글에서 검색하면 dictonary.com에 바로 연결된 결과가 나와서 그 표현을 먼저 읽어보고 감이 잘 안오면 영한사전으로 다시 찾아본다. 번역기를 써본 사람은 이미 경험해봤겠지만 사전으로는 그 뉘앙스나 쓰임을 다 전달하기가 어려워서 예문이나 구글링을 해서 실제로도 그런지 두번 체크해보는게 (번거롭지만) 필요하다.
아주 대단한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고 아침에 적어도 일정 분량의 글을 읽고 들으려고 한다. 오래 살면 자연히 이해하고 늘게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지만 여전히 고급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지는 못한다. 읽고 듣는 것은 좀 편해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 말에 대해서 버벅거리지 않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 “영어 잘한다”는 말도 누군가는 칭찬으로 해주지만 우리가 한국 사람에게 한국어 잘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면 영어권 같지는 않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실제로 공부해서 머리에 넣은 것과 입으로나 손으로 나오는건 또 다른 얘기이기도 하다. 눈으로 읽기만 하면 대부분 날아가는것 같고, 다음에 보면 ‘어디서 봤던건데’ 정도가 생각나면 양반이다. 실전에서 써보면 확실히 내 표현이 되는 것 같은데 마땅한 상황이 매번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 한번 손으로 써보는 것이 간접적이지만 output 산출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도 무엇을 읽는지, 어떻게 정리해 나가는 것일 좋을지 최선의(?) 또는 최고의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형식은 계속 바뀌어가면서 어느 정도가 내가 매일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지, 도움이 실제로 되는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 맞을거다. 어떤 방법론이 맞는 것같다고 섣부르게 정리하고 넘어가기 보다는 꾸준함의 힘을 믿고 한번 해보는 것으로 해야되겠다.그리고 약간의 사족이지만 요새 언어는 살아있다는 말이 많이 와닿기도 한다. 약 8-9년 전에 언어학 박사를 하던 언니가 이제는 동사+명사를 쓰는 것에서 명사 만으로 그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 추세라는 말을 했었는데 (물론 배운 영어만을 구사하기 바빴던 나로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곧잘 주변에서도 그렇게 영어를 경제적으로 쓴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쉽게 말하자면 예를 들어서는 온라인 상에서 친구추가도 request friend/ add me on friend list 등이 아니라 friend me로 그냥 말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이메일 보내달라는 것도 send me an email이라기보다는 그냥 email me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이런 표현들은 이미 일반화가 되어서 이상하거나 변했다고 느끼는 사람조차 많지 않을거다.맞는 번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추세를 ‘동사화’(verbing)이라고 한다. 반대로 동사를 명사처럼 쓰는 noun-as-verb도 있다고 하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어도 생각해보면 세대간에도 지역간에도새로운 표현들이 생기고 사라지고 유입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얼마전에 ‘존버’를 듣고 누군가의 영어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나란 인간)처음에는 미국에 사는데 따로 공부한다는게 ‘미국 살면서 그것도 못해’ 소리를 들을거 같은 (
도대체 누가) 막연한 두려움으로 적당히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끊임없이 정당화했던지도 모른다. 모르면서 아는척 하는 것이 더 부끄러운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차곡차곡 모이는 이 시간으로 어느새 돌아봤을 때에는 영어를 쓰는 것이 한층 더 편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그런 날들도 올것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실천해본다.'모닝 루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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