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천천히 걸어가기
    모닝 루틴 2020. 9. 20. 11:52

    하이킹을 가자고 하면 종종 '어차피 내려올거 왜 올라가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기하는 이 문제를 가지고 등산은 왜 할까라는 노래까지 만들었다. 요즘 내년 초봄에 산티아고를 가야지 그런 생각을 한다. 걸으러 가야지. 동네에도 산도 많은데 왜 거기까지 걷고 싶냐고 하면 '인생을 reset하고 싶어서'라고 장난섞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까지 돈을 쓰고 긴 시간동안 단조롭게 짝이 없는 걷기를 해야될까 아직 사실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 왜인지는 잘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정직하고 단순하게 사는 리듬이 좋아서인것 같다.

    시원한 아아 마시면서 걷기

    걷는것이 참 정직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걸은 만큼 보이고 천천히 그 시간과 땅을 누빌 수 있다는 점에서 mindful한 것 같다. 바람이 이렇게 시원하구나, 계절이 벌써 바뀌어 바람이 선선해지고 있구나, 나무가 휘어지고도 잘 살아남았구나, 숲에서는 이런 소리들이 나는구나를 깨달으면서 감각들이 살아나는 것 같다.

     

    하와이에 나루터 언니가 살 때에 우리는 한참을 걸으며 하정우 얘기를 했다 (갑분하저씨ㅋㅋ) 우리도 하와이를 너무 사랑하고 자연에 속해서 '식물같이' 지내다 간다는 하정우의 말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그의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동물 같이'라고 되어있었다!) 나는 평소에도 체력이 좋은 편이어서 잘 지치거나 힘들어하지 않기도 하는데다가, 걷고나면 기분도 상쾌해지고 삶을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만족감이 있다 (입맛도 좋아지고 뭘 먹어도 다 맛있다. 좋은 것인지 위험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은아가 있을 때에 우리는 시간을 내서 어디론가 잘 걷고 잘 먹으며 지냈던 것 같고 종종 다른 친구들도 초대해서 모임도 만들고 (건돼모임이라고 했었다) 등산화도 여러 켤레 팔았다ㅎㅎ 우리는 방판원을 했어야되었다는 이야기도 하며 시덥지않은 농담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도 많이 나고, 걸으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서 묘한 동질감과 위로가 되기도 했다. 내 인생이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막막하고 지체되어있는 것같은 자리에서 그래도 걸으면서 마음을 다시 다지고 시작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기는 하니까. 나중에 이 시간을 귀하게 다시 돌아보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오리도 만나고 사슴도 만날 수 있다

    걷기 좋은 계절인 가을이 오고있어, 지난 주말에 새벽같이 일어나 산에 다녀왔다. 소풍가기 전날처럼 기대가 되고 짐을 이것저것 싸놓는 시간마저도 좋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구절구절이 참 좋다 (걷는 사람들끼리 통하는 것 같은 묘한 부심이 느껴진다.

    빠른 속도, 유용성, 수익, 효율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상과는 어울리지 않는 걷기는 느림, 유연성, 대화, 침묵, 호기심, 우정, 무용성을 우선시하는 저항행위이다.

    그 시간을 정직하게 발로 밟아 기억하는 것이 좋더라. 나의 시간과 체력을 할애한만큼 노곤해지는 것이 정직한 느낌이 든다. 내 안에 에너지가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고 발바닥은 안아픈지, 허리는 괜찮은지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것도 그 시간에 mindful해지는 것만 같아서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혼자 걸을 때가 더 많은데 시간이 제한되어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그 시간에 대한 애정이 생기곤 한다. 내 안에 다른 관심들로 흩어져있던 있던 분주함이 가라앉고 좋은 영감이 들 때에도 있다 (느리게 걷는 즐거움에서는 '근심걱정의 무게로 너무 무거워 삶을 방해하는 생각들의 가지치기인 셈이다'라고 했다. 멋진 표현이다).

    '모닝 루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자 신문- 헤드라인  (0) 2020.09.30
    모닝 루틴 50일차  (0) 2020.09.19
    컨디션 조절  (0) 2020.09.18
    매일 신문 읽기  (0) 2020.09.17
    마음먹은 것을 행동으로  (0) 2020.09.1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