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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설고 당황하는 중입니다만
    모닝 루틴 2020. 9. 15. 07:00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하고 있는만큼 좋아질 것이고, 오히려 전형적인 방법을 벗어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음을 기억하고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물어보면서 나 혼자 모든 것을 능숙하게 해내야 된다는 부담을 줄인다.

    오늘 확언으로 적은 내용 중의 일부이다. 새로 일을 시작하고 이제 4주차에 접어든다. 6월 초에 인터뷰를 보고 백그라운드 체크와 여러 서류로 인해서 일은 8월 말이 되어서야 시작하게 됐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퇴사 노래를 부르며 말그대로 꾸역꾸역 다녔기 때문에 최소한 이직하게 되는 회사에서는 퇴사 만을 꿈꾸면서 다니고 싶지는 않았다. 이직을 준비한 것은 작년 12월 즈음부터였고 인터뷰도 꽤 많이 봤다. 인터뷰 준비에 대해서 강의도 하고 개별적으로 도와주기도 해서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전을 겪어보면서 답변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게 되었다. 이직을 하면서는 돈을 가장 중요한 결정의 기준이 되지 않고, 일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자고 마음 먹었지만 사실은 불러주는 곳이 이곳 밖에 없었다. 돈도 아주 많이 주는 곳은 (아쉽게도?) 아니었고, 새로운 대상을 새로운 커뮤니티에서 만난다는 점에서는 일을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마음에 들었다.  

     

    이전 회사에서는 소위 일 잘하는 것으로 방귀 깨나 끼던 사람이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할 말도 해야겠고, 리더십에서 할말 다하는 직원을 꺼려하더라도 내 몫을 해내기 때문에 일에 대해서는 뭐라고 못하는 소위 까방권이 있기도 했다. 약간의 오기와 불만의 표현으로 passive aggressive했던 것도 인정하지만 아무튼 그런 오지랖을 떨었을 때가 있었더랬다. 새로 시작하면서는 능숙함과 자부심이 위협을 받고있지만 말이다. 

     

    새로 시작하면서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은 나를 불편하게 한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유난히 당황스러워하고 사고가 정지되는 느낌이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는 막막함과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고 바로 일로 내던져진 느낌이 나를 불안하게 한다.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어서 완전하게 잘 하지 못할 것 때문에 움추리고 더 조심하면서 시도해보는 것 자체를 멈칫거리면서 주저하게 되면서 얼어버린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서 얼굴도 알지 못하는 클라이언트와 이전의 트라우마, 가정 폭력, 정신 건강 병력 등과 같은 민감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풀어내야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내가 준비되고 익숙해지기를 (역시나) 누구도 맞춰주거나 기다려주지도 않았다. 코로나로 인해서 일일히 설명해주거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에 불가피한 부분이 있기는 했다. 이전에 왔던 뉴비는 작년 12월 쯤에 시작해서 1달 정도를 트레이닝만 받고 일을 시작했고, 그 뒤로 2-3개월 이후에 코로나로 모든 것이 정지가 되어서 사실 마찬가지로 여태까지도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매니저는 내가 코로나 이후로 첫 고용된 사람이라 이전과 다르게 트레이닝을 시켜보고 있고 어떻게 보면 기니피그라고 했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고 어렵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는 것은 그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주변에 친구들은 새로운 시작을 (드디어) 시작한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지만 앓다 죽겠는 나는 살아보겠다며 다시 아침에 확언의 시간을 갖는다. 지금 불편한 느낌을 받아들이되 과정이라는 것을 짚어본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당연히 불안하고 취약하게 느껴질 수 있고, 그 과정이 나를 고민하게 하고 성장하게 할 것이다. 나의 견고한 껍질을 깨고 불편함 가운데로 나온 것을 기특해하고 이 과정 중에 의기소침해하지 않고 의연하게 잘 대처하도록 한다. 나는 competent하고 capable하다. 

    어떤 모임을 시작할 때에도, 맡은 일의 프로젝트가 바뀔 때에도 이렇게 고민하고 힘들어하기도 했었다는 것도 기억났다. 나중에는 이 시간이 지나서 아마 희릿하게만 남겠지. 고민하고 방황하는 과정 중에서 내가 정신승리하면서 잘 이겨내는 것이 답이 아니라 내가 잘 모르겠다는 것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물어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되겠다. 말과 생각으로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아야된다.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고 물어보고 정리하면서 그 간극을 채워나가는 행동으로 옮겨야된다. 혼자 끙끙거리면서 어떻게든 해내서 누군가가 그 수고를 알아주는 것을 기대하기보다, 이미 이러한 과정을 겪었을 동료들에게, 선배들에게 물어보면서 배우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그들이 부딪히면서 알아가게 되는 팁들에 대해서도 잘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의 1/3정도 밖에 안된다. 그 중에 집중적으로 사례관리 case management가 필요한 새 클라이언트가 2명이고, 이미 1년 정도 프로그램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5명 정도이다. 그 중에서는 프로그램이 끝날 때를 준비하기 시작해야되는 사람도 있고, 안전을 위해서 새로운 곳으로 집을 옮겨야되는 사람도 있다. 개인마다 진행되어간 과정도 다르고 정신, 신체적인 건강 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참여도에 대해서도 차이가 많이 난다. 앞으로도 예측이 불가능한 일들이 많이 생길 수 있겠지만 일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모르는 것은 확인하면서 넘어가야겠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에서 습관이 되면 고치기가 어렵다. 자세히 일을 파악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만큼, 충분히 내 자신을 노출시키고 부딪혀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되겠다. 모르는게 당연하다. 물어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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