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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밑빠진 독에도 콩나물은 자란다
    모닝 루틴 2020. 9. 12. 08:00

    7년만에 이직을 하면서 불안해하는 나에게 타주에 살고 있는 언니가 말했다 “그래도 여태까지 일한게 어디 가지는 않더라고, 밑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라잖아” 그때에 이런 표현을 사실 처음 듣게 되었는데 소위 ‘프로 삽질러’로 기관 안에서 안해본 일이 없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일을 시작한지 이제 3주차에 접어들고 있는데 전화를 하거나 일할 때에는 긴장이 되서 내가 할 말이 무엇인지 빠진 것은 없는지를 생각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물론 처음은 어렵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힘들겠지.

     

    오늘 아침의 ‘확언 affirmation’에도 일에 관련되어서 먼저 하게된다. 멘탈 잡으려고 하는 나의 노력이기도 하고 불확실한 가운데에서 나부터 나 자신을 믿어줘야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 매일 반복하게된다.

     

    모르는게 있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의기소침해 하지말고 의연하게 대처할 있다. 나는 능력이 있고 세심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있다. 경험과 트레이닝을 통해서 가지고 있는 기술과 경험들이 연결되고 점점 자연스러워 질것이다”

     

    내가 있을 만하니까 나를 뽑은 것이다. 두려움과 불편함이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을 향해서 지금의 환경과 시간들이 주어진 것이다. 나는 점점 나아질 것이고 시간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경험들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되뇌이면서 이 과정이 지금 일하면서도 필요하다는 것으로 생각이 번졌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워싱턴 DC 정부에서 기관들에게 계약을 맺어서 하고 있는 노숙자 대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Rapid Housing Program 말그대로 빠른 시간 안에 주택을 공급하여 노숙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도록 하는 지원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 희망자들이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쉼터 등에서 머물던 노숙인들이 기관의 연결을 통해서만 신청이 가능하고 내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자녀가 있는 싱글 맘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주로 12개월 정도 월세/렌트비의 40% 정도를 본인이 부담하고 이후 60%를 정부에서 도움을 주면서 점차 본인의 수입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지원해가면서 프로그램이 끝날 즈음에는 스스로 렌트의 100%를 낼 수 있게 되거나 최소 70%이상을 지불 할 수 있는 것을 자립의 기준으로 삼는다. 현재 아파트에 계속해서 렌트비를 낼 수 없게 되면 조금 더 비용이 저렴한 곳으로 옮기거나 건강상 일을 하는 것에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더 장기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총 12개월 동안에 3개월 씩 4분기로 재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첫 3개월은 조금 더 강도가 높게 진행이 되면서 프로그램에 대해서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고, 정신건강, 육아 관련되어서 도움이 필요한지 역시 살펴보면서 관련 프로그램들로 연계한다. 정부에서 여러 기관에 외주를 주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 라인이 아주 명확한 편인데, 이 첫 3개월에는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연락을 하도록 하고 2번의 가정방문을 하고, 그 중에 한번은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하도록 한다고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서 가정방문은 잠정적으로 모두 중단이 되었고 그래서 사진이나 비디오를 통해서 하는 것으로 절차가 조금씩 바뀌었다고 했다.

     

    나에게는 이점이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장점이 되기도 한다. 홈 비짓을 하는 것으로 집안의 상태가 어떤지, 이 집이 유지될 수 있는 집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고 그런 감각들을 익혀 나가야 되는데 그런 기회가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대적으로 우범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지역에서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이 있었는데, 집에서 안전하게, 그리고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서 대처할 수 있는 영역들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장점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관광지로 방문하게 되는 DC의 인상은 깔끔하고 정돈된 역사적인 도시의 모습이겠지만 DC의 다른 단면은 세대를 거듭해서 이어지는 노숙 생활, 그것으로 인해서 육체적인 건강이나 정신적인 건강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변의 경관을 헤치고 불편하게 하는 거리를 두고 있어야 되는 대상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그들이 이제 나와 같이 일을 하는 분들이 되었다.

     

    있는 줄 알았지만 애써서 보려고 하지는 않았던 그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자립으로의 첫 걸음을 딛기 시작한 분들을 격려하면서 같이 고민해가는 일을 하게 된 것에 두렵기도 하지만 감사하다. 대부분이 연달아서 본인이 감당해야 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거나, 이 상황을 결국에는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갖기가 어렵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도 있어서 자신의 권리와 능력이 있음을 믿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내가 감히 어찌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냐마는 이 분들에게 12개월 동안 조금이나마 이전과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사실 부모님 세대부터 길 위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삶에 대해서 경험해보지 못했을 때에 그렇지만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불편한 느낌과 낯선 기분들을 느껴야될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더라도 케이스가 진행되는 12개월 동안 작지만 긍정적인 경험들이 쌓여야 되는 게 아닐까 싶다.

     

    흔히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고 하면 소용없는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을 말하는데 밑빠진 독에서도 콩나물은 자란다. 작게는 내가 이렇게 일한다고 해서, 기관 차원에서 보더라도 이렇게 일년에 몇 십명 몇 백명을 돕는다고 해서 DC의 노숙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쉽지만 그게 팩트이긴 하다) 이들의 상황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은 계속 생길 것이고, 노력했지만 다시 노숙으로 돌아오게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효율을 중시하겠다고, 이 커다란 문제는 밑 빠진 독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방안에 코끼리가 있지만 안보이는 척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도 익숙하지 않고 지금은 아는게 없어서 그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더듬거리는 중이지만. 이 커다란 사회문제에 대해서 일말의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내가 불신하고 있는 이 문제가 지금 바로 눈에 띄지 않아서 일 뿐이지, 내가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이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믿고 확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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