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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태도가 되기도 한다DC 직장 생활 2020. 9. 24. 07:00
일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보낸 시간이 꽤 오래되었다. 내가 사춘기 청소년도 아니고 이제 갓 졸업한 졸업생도 아닌데, 회사의 방향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순응하지도 않으면서 불편한 position안에서 지난 5-6년을 보냈던 것 같다. 열심히 반항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나에게 이득이 될만한 행동이나 입장을 취하지 않는게 일종의 저항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회사는 물론 꿈쩍도 안하겠지만) 그래서 회사에서 무표정으로 있거나 싫은 표정을 내기도 하고 그렇다고 매번 소리높여서 싸우기만 하는 것도 아닌 수동적 공격성향passive aggressive하게 있을 때가 많았다. 내가 정말 '죽상'으로 '존버'하는 아이콘으로 회사에 있는 것이 이 자리에 이렇게 오래도록 있게 하신 이유일까? 마치 지옥에서 출장나온 사람처럼 괴로운 시절이 있었다. 기분과 태도를 왜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불쾌했다. 어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닌가보다. 오죽하면 최근의 신간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책이다. 소위 그지같은 직장 문화에서 존버하면서 버티는 직장인들이 많으니 그런 위로도 필요하고 조언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동지 의식이 들면서도 씁쓸한 기분을 지울수는 없다.그런데 기분이 태도가 될 때도 있다.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일 때에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그것이 주변을 조금 불편하게 할 수 있겠지만 그 자제를 하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조금 용납해주기도 하면 좋겠다 싶다. 일상이 지치고 힘든 나와 같은 경우를 대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일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되는 서비스 대상자들을 보면서 그랬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가정 폭력이나 이른 임신, 가족의 죽음 등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 안에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정규 교육 과정을 잘 마치지 못해서 연속적으로 일을 찾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본적인 생존권에 위협을 받으며 노숙의 상황에 이르게 된 경우였다. 믿을 수 있을 만한 사람도 없이 이 상황을 버티려고 하다보니 생존모드(survival mode)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생존모드로 돌입하게 되면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어렵고 매일의 일상적인 결정을 하는 것을 버거워하게 된다.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서 싸우건, 도망치거나, 얼어버리게 되는 반응 이외에는 적절하게 사고하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된다. 소위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사고나 생각 뿐만 아니라 몸의 호르몬과 신경 역시 그것에 초점을 전적으로 맞추게 된다. 스트레스의 요인과 정도 역시 다양한지라 스트레스 free인 것은 아마도 불가능한 시대가 된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 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 스트레스에 적용하고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적응해가지만 아주 긴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고립되고 지쳐서 메말라가게 되면서 감정적, 신체적으로 소모를 가져오게 된다. 숨을 할딱거리며 살아있는 것조차 버겁고 힘겹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지속적인 개입과 연대가 필요하다. Psychology Today라고 하는 저널에서도 "Why Survival Mode Isn't the Best Way to Live"라는 글에서도 지속적으로 이 생존 모드에 머물러 막혀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신에게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지금 무엇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에 대해서 스스로 인지하는 것에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미국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필요를 잘 요구하고 표현하기를 잘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오랫동안 들어지지 않았을 때에는 자신의 유능감을 많이 읽어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실제로도 만나는 대상자들의 경우에 '여러번 말했지만 들어주지 않아서 그뒤로는 입을 닫아버렸다'고 말하곤 한다. 정당한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것을 악용하고 안들어줘도 피해보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그 필요들을 묵인해버린 것이다.
이러한 때에는 자신의 권위와 (
작고 소듕한) 힘에 대해서 잘 일깨워주는 것으로 접근한다. 집주인으로의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로의 권리도 있음을 알려주고 그것에 대해서 집주인이 책임을 지지 않았을 때에 따라오게 되는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감정적으로 힘든 것에 대해서는 내가 상담사로서 그 이야기를 들어주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는 스스로 권리와 힘이 있다는 것을 연습해보는 것으로 자립이 시작되어간다고 믿는다.최근에 한 내담자는 2월쯤 노숙 생활 중에 프로그램에 연결되어 정부지원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었는데, 이사한 아파트에 난방이 전혀 되지 않아서 지난 2월부터 계속해서 아파트 관리에 얘기했었다. 보일러를 통해서 난방이 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중앙난방이다보니 날이 따뜻해지면서 전체 난방을 끄면서 얼렁뚱땅 넘어가고 다시 계절이 지나서 똑같은 문제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아파트에 연락해보니 10월 중순 이후에 날이 추워지면 그때 다시 난방을 틀거니까 그때 안되면 다시 얘기하라는 것이다. 내담자에게 물어보니 벌써 참을만큼 참았고 얘기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이상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로서는 다시 내담자가 세입자로 있는 권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기본적으로 난방은 제공이 되어야되는 것이고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는 난방기기라도 제공이 되어야되는 것이라고 상기시켜줬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워지게 되면 내담자들의 일부는 '차라리 다시 쉼터를 가겠다'고 하거나 '길에서 살았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한다. 본인이 처리하고 감당해야될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많아지게 되면서 다 놓아버리고 싶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상태로 차라리 돌아가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생긴 기회인데 이렇게 낙담하고 있게 하다니 내 마음도 답답해진다. 앞으로 정부에서 긴급으로 주택점검을 할 수 있는 과정을 신청하여 기본적인 것들이 망가진 채로 방치되었음에 대해서 대대적으로 검사할 생각이다. 내담자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갈데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여서 적절하게 요청에 반응하지 않는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더 제대로 알아서 이 상황에서 아파트 측에서 책임감없이 했던 것에 대해서 밝히고 더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이사를 하던지, 집이 수리될 수 있도록 적절하게 처리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책임감이 든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되겠지만 조금이나마 생존의 문제에서 앞날을 내다보고 계획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의 시간과 노력을 다해보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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