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료품 지원 서비스DC 직장 생활 2020. 10. 2. 03:19
일을 시작하고 계속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최근 운영진에서 온 메일에 따르면 2021년 초반까지도 계속해서 이런 근무 형태로 있을 것 같다고 했다. DC는 북버지니아와 메릴랜드와 합쳐서 보통 메트로폴리탄 지역으로 불리고 DMV라고도 한다. 현재로는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모두 phase3 (한국과 반대로 3단계가 가장 완화된 단계이다. 단계가 낮을수록 심각한 단계로 본다)에 접어들었는데 DC는 6월 이후로 여전히 phase 2 상태이다.
현재로는 숫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DC 지역에서는 약 만5천명 정도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현재로는 2자리 숫자 정도의 새로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아직도 하루에 8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버지니아에 비해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는 하겠지만 여전히 안심할 정도의 수준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회사도 대부분 가지 않고 있고 학교도 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확진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고, 타주에 방문한 경우에 요구되는 자가격리도 자율적으로 해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이 든다.
아무래도 6개월 이상 제한된 생활 반경 안에서 생활해야되는 것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양가감정이 있어보인다. 비지니스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생업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에 그래도 오픈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설사 오픈을 하더라도 예전만큼 사람들이 많이 돌지 않기 때문에 쉬어도 손해, 일해도 손해인 경우가 다반사다. 반대로 기존에 경제적, 신분의 문제로 건강을 잘 돌보지 못했던 경우에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코로나로 인해서 회복이 어려워지는 부분에서는 예방에 계속해서 힘써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일상 생활에 제약이 생기면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여러 산업들이 있기도하다. 코로나로 인해서 병상에 있어야하는 사람들에게 잔심부름이나 돌봄 서비스를 해주는 일, 확진자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연락하는 tracer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하면서 생필품 쇼핑이나 음식 배달 등을 대행해주는 일들이 많이 늘게 되었다. 더 비싼 가격으로 장을 봐야되지만 그래도 노출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많이 이용되는 편이고 실제로 몇몇 마트들은 당일에 배달이 어려울 정도로 이용이 많아 대부분의 시간들이 금새 차버리곤 한다.
실제로 Rewards Network에서 행한 조사에 따르면 3월 봉쇄령 이후에 식당의 46% 이상이 배달하는 옵션을 추가했고 (그전에는 식당은 대부분 포장을 하더라도 배달보다는 주문한 사람이 직접 가져가는 pick up 방식이었다) 그리고 31% 정도의 비지니스에서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런 배달 서비스를 유지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의 배달의 민족과 같이 배달만을 대행하는 업체 역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DoorDash는 작년 대비 110%가 성장하면서 마켓의 47% 정도를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도 대부분 식당과 카페, 지하철이 다 가까운 도심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배달해서 먹어야겠다는 필요를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데, DoorDash에서 2년간 회원비를 면제해주고, $20을 할인해주고 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해서 몇번 배달시켜서 먹은 적도 있다.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더라도 일부는 2-3달에 한번씩 나가고 모든 것을 배달시켜서 생활한다고 하니 이런 서비스의 필요가 영 틀린 말은 아니다.
가끔은 한인마트에 가게 되면 딱봐도 한인마트를 단한번도 와보지 않은것 같은 사람이 고민하며 장을 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렇게라도 일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기도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 생업에 뛰어들게 된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여전히 있다. 얼마 전에 어떤 사람은 핸드폰 스크린을 보여주면서 '이거 어디서 찾을 수 있는건지 아냐고' 물었다. 그는 단무지를 찾고 있었는데 이게 냉장 식품인지, 냉동식품인지 그가 어찌 알 수 있겠냐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건강하여 그 일을 하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불쌍하게 보려는 마음은 전혀없다.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생업에 뛰어든 그가 건강하기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다.
개인의 사정에 따라서 배달을 시킬수도, 배달 하는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서 식비가 늘어났다고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1인 가정으로 살고 있는 나 역시도 외식의 비용은 거의 1/5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지만, 마트에서 장보는 비용이 2배 정도 늘어났으니 말이다. 매 끼니를 제대로 든든히 챙겨먹지 않는 나인데도 조미료나 기본적인 야채들은 틈틈히 채워넣어야되니 식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혼자 살아도 이런데 자녀들과 같이 지내는 경우에는 스낵도 있을 것이고 어린 자녀의 경우에는 같은 음식을 먹지 않기도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우리 회사에서도 SHARE라고 하여 고기를 포함하여 야채, 과일 등을 박스에 담아서 나눠주는 부서가 있는데, 기존의 프로그램은 실제 가격의 50% 정도로 구매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신분이나 소득, 가족 수 등 대부분의 지원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어떤 기준이나 제약도 없기 때문에 희망하는 경우에는 직원들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다. 보통 마트에서 살 경우에 $45-$50정도 되는 구성을 $22정도에 살 수 있도록 되어있다. 저렴하게 양질의 식료품을 구매하고 필요에 따라서 더 추가할 수도 있도록 되어있다. 사실 정부 또는 비영리 기관에서 시행하는 여러 식비 지원, 식료품 제공 서비스등이 많이 있는데 여기는 무엇보다 신청하는 사람들이 어떤 메뉴인지를 확인하고 또 냉동 식품이 아니라 신선한 야채와 과일 역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보였다. 대부분의 식품 지원 프로그램이 보관이 용이하고 도네이션 등을 통해서 제공되는 음식들도 있기 때문에 캔으로 된 야채나 식품 등이 대부분인 것들이 아쉬웠는데 SHARE에서는 이런 점들이 보완되었다.
기존에는 몇개의 픽업 로케이션에서 신청한 분들이 직접 와서 가져가도록 되어있는데, 코로나로 인한 식료품 지원에서는 무료로 제공되는 부분이 추가되었다. 이 경우에는 회사 내부에서 신청하도록 되어있어서 담당 직원이 요청하고 픽업 역시 담당 직원이 하게된다. 매주 목요일에 정해진 장소로 가서 고기와 야채, 과일 등이 포장된 박스를 받아서 각 클라이언트들 집으로 배달해준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 사실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그래도 조금 더 건강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수고를 한다는 의미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사실 내가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나는 가정들은 디씨의 남동쪽 SE에 거주하는데 이 지역은 집 근처에서 총기 사건, 약물 거래 등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로 더 삼엄해졌다고 들었다. 나 역시도 일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2-3번씩 디씨를 갔지만 내가 말하는 디씨 지역은 다운타운 지역이었지 남쪽 지역은 아니었다. 굳이 그 지역을 찾아갈 필요를 느끼지도 않았고 어쩔 수 없이 가야되는 상황 역시 없었으니까. 코로나로 인해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사람들이 불안이나 분노 역시 커졌기 때문에 통화를 하다보면 최근에 총 소리를 들었고, 누가 죽었고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주 낯설지 않다. 어디 나가기에 위험한데 집 역시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처음에 미국에 왔을 때에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매일 누군가가 칼에 찔렸다, 강도가 있었다는 안내 문자와 메일을 받으며 귀가를 두려워하던 마음들이 기억난다. 그래도 학교의 귀가길 동행 서비스 등을 이용하면서 나름 안전망이 있었는데 아이들과 함께 안전하지 않다고 하는 지역에서 살아야하는 불안을 어떻게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가 싶다. 아주 큰 도움은 못되더라도 그래도 구식이지만 양손 무겁게 찾아오는 것에 수고할만하다 느끼는 하루가 된다.
'DC 직장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직] 추천인 Reference 정하기 (0) 2020.10.01 워싱턴 DC의 이면 (0) 2020.09.28 양가 감정 (0) 2020.09.26 제대로 된 미팅도 있더라 (0) 2020.09.25 기분이 태도가 되기도 한다 (0) 2020.09.24